이 책은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동물과 자연 등 많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소설과 동화와 에세이와 시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이 글의 성격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글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하는 그의 글에서 난 자유를 느끼고, 일탈에 대한 약간의 대리 만족을 경험한다. 어둠 속에서 느끼는 한 줄기 빛처럼 나의 마음을 감싸는 그의 많은 글 중 나의 시선을 가장 오래 끌었던 글은 '버들치를 기르는 시인'이라는 글이다.
초라하게 떨리는 선풍기 두 대가 전부인 학교에서 땀 뻘뻘 흘리며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내 뇌리 속을 스치는 노래이다. 집 - 학교 - 학원이라는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 난 그 틀이 '감옥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가고 싶지만, 그럴만한 용기와 돈이 내게는 없다. 우리의 이런 반복되는 삶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내 앞에 있다. 바로 안도현님의 '관계'라는 책이다.
시인은 시 쓰기를 좋아해서 붙여진 그의 별명이다. 그에게는 '글쟁이', '작가'같은 좋은 별명 외에도 '현실부적응자', '속없는 인간'같은 나쁜 별명도 있다. 세상은 그래 왔다. 꿈꾸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이들을 세상은 항상 백안시했다.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인 같은 이들이 더 인간답고, 아름답지 않은가 이 사회에 길들여져서 이 속의 모순과 불의를 보지 못하는 우리는 어쩌면 미운 오리 새끼를 놀리는 오리들인지도 모른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서 아름답게 날아갈 때, 그 밑에서 꽥꽥거리며 후회하는 오리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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