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국어 Report ‘천지간’을 읽고...
* 천지는 생사와 일치한다 *
언제였는지, 어느 방송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힘()에 이끌려 그 드라마를 보았다. 이상한 드라마였다. 그냥 웃고 떠드는 여느 드라마와는 달랐다. 대사도 거의 없었 고 인물도 많이 안 나온다. 슬프지도 않다. 제목부터 구미가 당겼었다. 천지간 사람이 하나 들고나는 데 무슨 자취가 있을 까만요. 자꾸 그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얼마후 원작을 읽었다. 이상 문학상 대상작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심사위원의 대견하다는 심사평이 소설을 에워싸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를 엿본 남자가 자살하려는 여자를 구해보려는, 나의 짧은 식견으 로는 적어도 그런 줄거리였다. 줄거리보다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묘사(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인물의 심리, 간결한 대사 지만 우려지는 청량감이 정말 일품이다. 맛있는 글이라기 보다는 시원하다고나 해야할까 평소 멀리만 있었던 죽음이란, 정말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사람이 죽음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천지간에 들고 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데 왜 그 한 여자에게 삶을 주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소리꾼에게는 죽음을 남겼을까
드라마를 봤다면 우리 동아리 사람들이야 심은하가 더 이쁘니까, 했을 꺼다. 그 여자의 삶을 구하기 위한 제물로 소리꾼을 희 생양으로 내용에 대한 해석은 계속해봤자 의문만 쌓일 뿐이었다. 그저 소설과 드라마에 나오는 양념격(어쩌면 그게 다일지도 모 르지만)인 색깔에 대한 느낌, 소리 형태에 대해 더 세심히 관찰했다. 죽음에서 느껴지는 푸른색, 보라색, 흰색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백색 등등. 잘은 모르지만 이소설에서 파도소리, 빗소리와 그리고 죽음이란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심청가의 한 대 목. 정말 자지러지는 슬픔을 노래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머리속에 콕 박히는 한 대사. 천지간에 사람이 하나 들고나는 데 무슨 자취가 있겠느냐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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