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의 역사적인 현실성에 관한 논의는 주로 민중문학 쪽에서
행해졌다. 그런 점에서 민중사학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태백산맥>>의 현실
성을 실증적으로 논한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민중문학 쪽에서 <<태백산
맥>>의 역사적 리얼리티를 말한 것은 <<창비 1987>>에 나온 최원식의 <역사
적 진실과 문학적 진실>이 있다. 흥미있는 분은 읽어보시길. 구하기 어려우
면 나한테도 있으니까...
사실 내가 <<태백산맥>> 속의 여러가지 구체적인 것을 실증적으로 논할
힘은 없다. 기껏해야 남들의 연구성과를 소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것은
전문연구자에게 맞기기로 하자. 내가 말할 수 있는 수준은 당시의 대체적인
정세 정도이다.
송미님은 <<태백산맥>>에서 깊은 감명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역사적
사실과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좌익은 도덕적으로, 우익은 나쁘게
설정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조정래씨는 좌익을 옹호하기 위해 이
글을 쓰지 않았다(그리고 실제로 특별히 좌익에 대해서 호의적인 것도 아니
다). 조정래씨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해방정국(45-6.25 전까지)에서 우리 민
족이 택할 길은 좌도, 우도,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민족의 화합이었
다는 것이다. 그가 좌익에 대해서 좋게 쓴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국민
윤리(요새도 이런 과목이 있나 고등학교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 잘 모르겠
다)시간에 배운 것이나 지배이데올로기가 묘사하는 좌익의 모습(피도 눈물
도 없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아는)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
문이다. 그는 오히려 스스로 말한대로 사회주의자들에게도 편견없는 인격
성을 부여하려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격동의 세월에서 몸소 경험
한 것, 좌익도 인간이었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일 게다. <<태백산맥>> 속에
는 좌익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도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남로당 간부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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