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문학이론(2)
지난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미 페미니즘 문학이론가들의 작업은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가부장적 고정관념에 대한 폭로와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왜곡에 대한 공격에서 출발하여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동안 무시되고 망각되었거나 경시되어왔던 여성작가의 문학전통을 수립하려는 여성중심비평으로 전환되었다. 1970년까지의 프랑스 페미니즘의 전반적인 양상 또한 미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 이후 프랑스의 페미니스트들은 포스트구조주의 혹은 해체주의 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 지배문화를 전복시키거나 여성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이제까지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방법론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의 페미니즘 운동이 가부장제에 대한 특별한 관계 강화를 통해 기존 질서 속에서 권력을 획득하려는 개량 여성운동이라고 부정적으로 정의하고, 문학작품에 나타난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나 여성 고유의 경험을 탐구하는 대신 언어와 철학 그리고 정신분석 등에 관심을 기울었다. 엘리스 자딘은 영미 페미니즘 비평과 프랑스 페미니즘 비평의 특징을 다음과 같은 3가지 차이점으로 정리하였다. 첫째, 영미의 비평가들이 저자의 성을 중요한 가치기준으로 채택하는 반면 프랑스 페미니즘 비평가들은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자아의 소멸이라는 교훈을 수용하여 탐구해야 할 어떤 실재적인 진리의 대변인으로서의 저자의 위치를 무시하였다. 둘째, 영미의 비평가들은 여성의 이미지,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 허구의 등장인물과 같은 문학적 모방의 모든 요소들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반면, 프랑스의 이론가들은 문학의 모방성을 부정하고 이미지와 유형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언어의 단순한 비유법이나 효과로 간주하였다. 셋째, 영미의 비평가들이 문학작품의 내부적 구조와 그 역사, 사회적 맥락 속에서 '진리'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반면 프랑스의 페미니스트들은 진리와 허구 사이의 관계를 결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진리에 대한 인본주의적 추구를 환상적인 것으로 치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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