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Marx
가. 유물론
마르크스는 스스로를 ‘물구나무 선 헤겔 학도’ 라고 불렀다. 헤겔이 세계를 위로부터 내려다보았다면, 자신은 그 반대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헤겔에 있어서는 이념이나 정신이 으뜸가는 것이고,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그것에서 생겨나는 ‘현상’ 에 지나지 않았다. 물질적인 자연도 정신의 다른 모습일 뿐이었다. 그러나 마르크스에 따르면 물질적인 현실이 으뜸가는 것이다. 이 물질적인 현실이야말로 유일하게 참된 실재이며, 반대로 모든 관념적인 것, 즉 관습 ‧ 윤리 ‧ 법 ‧ 종교 ‧ 문화 등은 물질에 뒤따라 생기는 부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관념의 세계는 인간의 정신에 옮겨져 변화한 물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헤겔의 변증법은 아래와 위가 뒤바뀌어 있다. 헤겔의 체계는 머리로 서 있으므로 이제 그것을 발로 서게 해야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고대의 원자론자나 17, 18세기의 기계론적 유물론자와 같은 유물론자는 아니었다. 그의 유물론은 변증법적 ‧ 역사적 유물론이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이제까지의 유물론의 가장 큰 결함은, 낡은 감각주의의 입장에 서서 세계를 완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우리는 이것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라고 전제한 점이었다. 물론 종교적인 관념의 세계를 물질적인 감각의 세계로 해체시킨 당대 포이어바하(L. Feuerbach)의 공적도 큰 것이긴 했다. 그러나 그 역시 단지 주어져 있는 세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것을 달리 ‘해석’ 했을 뿐이었다. 그의 잘못은 인간을 자연의 소산이라고 단순히 규정함으로써 인간 일반을 추상화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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