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나는 네 웃음소리를 좋아했어
아침에 잠에서 깨어 맨 먼저 하는 일은 커튼을 젖혀 반지하 창으로 햇빛을 들이는 일이야. 내가 얇은 파자마 차림에 맨발로 창틀에 기대 서서 몸을 한번 흠칫 떨었다면 너는 당연히 추워서라고 생각하겠지 또 자동차 소리마저 끊긴 적막한 시각에 혼자 불빛 아래 앉아서 식빵을 굽는다면, 토스트에 아주 천천히 피너츠버터를 덧바르고 있다가 갑자기 탁자유리 위에 빵칼을 내던지며 벌떡 일어서는 내 모습을 본다면 넌 내가 외로워한다고 여길지도 몰라. 그러나 틀렸어. 그때마다 부리나케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내가 뭘 하는 줄 알아 엄마가 쓰던 경대의 둘째 서랍을 열고는 호들갑스러운 몸짓으로 귀이개를 꺼내는 거야.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켜가면서 귓속을 후벼파고, 그러는 중에도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반쯤 감은 눈은 꿈벅이며 연신 킥킥대고 있는 나를 상상해봐. 대체 어떻게 해서 네 웃음소리가 내 몸속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 걸까.
모든 연인들처럼 우리도 함께 극장에 간 적이 있었지. 너는 극장에서만 안경을 썼어. 번호를 찾아 좌석에 앉자마자 너는 주머니에서 안경집을 꺼냈고, 나는 그것을 빼앗듯이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알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안경을 꺼냈잖아. 마치 너의 옷 속 깊이 손을 넣어 심장을 꺼내듯이. 너의 안경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래오래 알을 닦는 일이 행복했어. 그건 나를 어둠속에서 말없이 내려다보는 너의 얼굴, 대형 스크린의 빛이 반사되어 천둥이 치는 날처럼 순간순간 표정이 바뀌는 것도 기분 좋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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