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상상을 해보자. 전기가 끊겨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가 칠흑같은 어둠에 싸여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물론, 촛불이나 그 밖의 불을 밝힐 수단이 없다고 가정하고 말이다. 단시간에 다시 전기불이 들어 온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겠지만, 며칠동안 어둠의 장막이 걷치지 않는다면 과연 동네의 안녕과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까
윌리엄 골딩의 노벨상 수상작을 영화화한 '파리대왕'은 우리의 '엉뚱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데 도움을 준다. 소년 군사학교 출신의 일군의 소년들이 난파한 배에서 탈출하여 무인도에 착륙한다. 문명의 이기는 모두 끊기고 이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의를 개최한다. 회의의 소집은 소라고동의 울림이고, 발언권은 소라고동을 들고 있는 이에게 한정된다. 구조를 위해 언덕 위에 불을 지펴 연기를 내고, 조를 짜서 불을 감시한다.
이들은 또한 자신을 지도할 대장을 뽑는다. 대장의 물망에는 랄프와 잭이 오른다. 랄프는 합리적 인물로 화학반응을 이용해 야광 막대를 만들고, 안경을 이용해 불을 지피기고 한다. 잭은 이웃집 차를 훔쳐 고속도로에서 과속끝에 순찰차에 붙잡힌 비행 소년이다. 대장은 소년들 다수의 지지로 랄프가 된다.
랄프와 잭의 밀월은 처음 한동안 지속되다 곧 어그러진다. 우연히 잭은 멧돼지를 목격하고, 구조를 위해 불을 지키는 것보다는 멧돼지 사냥에 열중하게 된다. 잭은 소년들을 조직해 본격적인 멧돼지 사냥에 나선다. 그러는 사이에 언덕위에 불은 꺼지고, 구조 헬기는 랄프의 시야 저편에서 안타깝게 멀어진다. 랄프는 불이 꺼진 것에 대해 잭을 비판하고, 잭은 무리의 반을 이끌고 이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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