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
박석두(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울대 임학 '72)
사마천의 「사기(BC97년)」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무릇 가난한 자가 부유해지려면 농은 공만 못하고 공은 상만 못하다. (여인이) 자수에 문양을 새기느니 차라리 저자 거리의 문 옆에 서 있는 것(=매춘)만 못하다. 경제학의 이른바 클라크의 법칙과 다를 바 없는 말이다. 이로 미루어 기원 전의 고대에도 농사가 수지 맞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봉건시대 때까지는 농업은 천하지대본이었으며, 공업이나 상업은 농업을 보완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경제사에서는 봉건시대를 공동체의 마지막 시기라고 하는데, 이 때까지는 도시는 농촌과, 상공업은 농업과 협력관계였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농업과 공업, 농촌과 도시의 관계는 대립관계로 바뀌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업과 도시가 농업과 농촌을 수탈하는 관계로 변하였다. 상공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반면 농업은 더디게 발전함으로써 이른바 농업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였다. 200여년에 걸쳐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동안 농업 기술과 생산력 또한 발전을 거듭하였지만, 농업․농촌의 토지와 노동력이 끊임없이 도시와 상공업으로 빠져나갔다. 경제가 발전될수록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비중이나 농업 인구의 비중은 작아졌다. 농업은 쇠퇴산업이라는 게 통설이 된 것이다. 하물며 노도처럼 밀려드는 값싼 외국 농산물에 비틀거리는 한국 농업은 이미 빈사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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