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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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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살짝 스치고 지나가면 나뭇잎이 하늘하늘 떨어질 것만 같은, 그런 숲의 향이 묻어나는 학교 속 캠퍼스 벤치에 앉아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며 내용에 심취해 있는 학생을 본다.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학과 공부에 여력이 없는 학생들 사이에서 그렇게 유유히 책을 읽으면서 자연에 묻혀가는 그녀를 보며 그 동안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느림이 가미된 여유로움을 갈구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동차, 지하철, 인스턴트 식품, 휴대폰 등 우리가 일상 사용하고 있는 것들은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려는 목적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뭐든지 빨리빨리 중독증에 기인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다른 일과 동시에 이루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 위해(일을 하면서 혹은 운전을 하면서 식사하는 것-인스턴트 식품) 등 현대 사람들은 이제 도통천천히라는 행동을 취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시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무슨 일을 할 때 원인부터 꼼꼼히 따져 실수 없게 하려는 일부 사람들을 존경하기보다 오히려 서투르다니 둔하다느니 등의 어투로 무시하기 일쑤이다.
바쁨 중독증만큼이나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으니 바로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 꼭두새벽부터 목적지를 향해 출발지인 지하철로 모여든 사람들은 보고 있으면 왜 살아야 하는지에 의문이 들 정도로 회의감이 밀려온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부시시한 얼굴을 하고 목을 가누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떨구이며 자신이 도착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을 보면참 부지런한 사람들이구나!라는 감탄보다 측은한 맘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그런 맘을 지닌 나조차도 여유로움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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