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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순이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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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순이삼촌’
4월의 제주는 화사하다. 그 화사함은 노골적인 아부의 말처럼 나그네의 온몸을 간지럽힌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 불과 한시간 미만을 공중에 떠 있으면 이를 수 있는 섬 제주를 아득한 거리 너머의 땅으로 파악하는 것은 그닥 자연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좁고도 너른 땅에서 오직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광과 물산은 자못 이국정취까지를 풍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때문인지 제주공항에 내려서는 나그네들은 평강공주를 지어미로 맞아들이는 바보 온달처럼 벙글어지는 입을 주체하지 못해 안달이다. 청춘남녀들이 4월을 즐겨 결혼의 철로 삼는 데에는 이 무렵의 제주가 뿜어내는 이런 화사함이 한몫 단단히 거들고 있을 법하다.
하지만 제주의 4월을 꽃 피는 화사함만으로 말할 수 있을까. 함덕 해수욕장의 은빛 모래사장, 유채꽃 만발한 북촌 마을의 옴팡밭, 물소리도 시원한 서귀포 정방폭포, 성산 일출봉의 깎아지른 절벽과 그림 같은 해안선, 아니 제주의 관문인 국제공항부터가 겉으로 보이는 화사함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피 흘리는 역사의 상처를 감추고 있는 것을.
제주의 4월은 화사함을 구가하는 관광객들의 환성과 상처를 다독이는 내지인들의 한숨이 교차하며 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한라산을 훑어내린 바람에 실린 그 기류는 제주 해협을 건너 한반도의 심장부로, 다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불어 불어 간다. 가며 외친다: 내 말 좀 들어줍서; 이 내 원통한 죽음을 제발이지 알아줍서.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에 신고접수된 피해자만도 1만명이 넘으며, 전체적으로 적어도 3만에서 많게는 6만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낳은 제주 4․3사건. 해방의 환희가 분단의 질곡으로 형질변경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 사건은 해방공간의 모순과 지향을 축약해 보여줌으로써 민족사적 전형성을 획득한다. 그것은 또한 사건 발생 후 반세기가 가까워지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미루어짐으로써 겨레의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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