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근대 세계 체제에 편입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이래 1세기 동안 한일 관계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부단한 팽창과 일방적인 침략으로 일관되었다. 이른바 ‘정한론’을 시작으로 20세기의 한일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식민지 강점기가 일제의 패전으로 종말을 고한 1945년 이후에도, 일본의 대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 온 지도층은 20세기 전반기의 침략적 대한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반세기 동안 일본을 이끌어 온 이들 보수 정치가들의 한국관은 20세기 전반기의 식민 통치에 대한 미화와 원상 회복을 꾀하는 것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한국의 일본관은 일본에 대해서는 화이관과 소중화주의적 세계관의 바탕 위에서, 화이질서의 정상적인 궤도를 일탈한 존재로서 일본을 예외시하는 인식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 일본의 한국관은 일본은 중국과는 추상적인 문화적 관계로서, 조선과는 실익 차원에서 인국 관계로서 유지하였다.
2. ‘근대적’ 조선관의 ‘전근대적’ 뿌리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중국 중심의 華夷 질서 가운데 ‘外夷’의 범주에 속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조공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시아에 있어서 고전 문화의 중심지인 중국이나 인도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도 공존하고 있었다. 이 문화적 귀속감과 열등감의 공존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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