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의 브레튼우즈 체제는 고정 환율제도를 취하고 있었고, 외환 거래와 자본의 유출입은 국가 감독아래 놓여 있었다. 이 국제경제질서는 야만스러운 자유주의가 아니라 건전한 자본규제가 부과된, 이른바 연접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 질서였다. 다국적 활동을 지향하는 기업과 은행들이 자본의 규제를 큰 장애물로 여기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1970년대 초부터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등 ‘세계화’를 주장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로의 전환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화는 자본의 국제화로 각 국민국가나 국민경제가 사라지면서 지구 전체가 하나의 나라가 되는 것을 말한다. 즉, 모든 국민국가가 통합돼 하나의 ‘세계국가’가 되지 않는 한, 자본의 세계화는 오직 하나의 내재적인 경향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부르짖는 세계화는 허울좋은 허상에 불과할 따름이다.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투기적 금융자본의 고삐를 풀어놓아 초국적 금융자본을 형성하게 함으로 각국의 환율을 농락하고, 외환시장에서 국가들이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수시로 경매에 부쳐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73년에는 불과 1~2백억 달러에 불과하던 하루 외환거래량이 1995년 현재에는 1조 2백억 달러에 이르게 되었으나 이 중 실질적인 상품무역, 자본이동과 관련된 것은 15%에 불과하다.
2. 신자유주의 도래와 금융위기의 발생
금융자본은 어떤 국가의 산업이 적절한 이윤율을 보장해줄 때까지는 직접 개입하지 않으며, 만약 이윤율이 하락할 경우 자신들의 자본을 회수해 국가 단위의 자본을 무너뜨린다. 즉, 초국적 금융자본은 모럴 해저드에 따라 세계의 지배를 위해 모든 경제를 부채경제로 재편성하고 있으며, 이에 국민경제는 외채상환의 늪에 빠져 국민국가 단위의 제도와 이념들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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