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사
어느 새 추위가 지나가고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며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이른 봄날, 몸도 마음도 어렸던 저희들이 부모님 손에 이끌려 교문을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 자리에서 졸업생이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의 송사를 들으니, 여섯 해 동안 쌓인 추억이 이별을 고하는 저희들의 마음을 더욱 아쉽게 합니다.
1학년 아이의 눈에 운동장은 어찌나 넓어 보였던지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냥 즐거워했던 일, 수명산의 진달래가 연분홍 기지개를 켜고 발산동산 개나리가 노오란 웃음을 띄울 때는 아름다운 우리 학교가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들은 비오는 여름날 우산을 함께 쓰고 재잘거리며 교문을 드나들기도 했고, 눈오는 겨울날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봄 소풍 때 교문을 빠져나가던 관광 버스의 긴 행렬이 떠오릅니다. 가을 운동회 때 청군․백군의 승부를 앞에 놓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제 이러한 일들은 모두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저희들의 몸은 떨어져 있을지라도 마음만은 이 교실, 이 운동장, 이 학교에서 함께 지냈던 지난날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후배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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