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알게 된 계기는 그의 쇼팽 에튀드 연주 동영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Op.10-4를 막힘없이 풀어내는 그의 놀라운 테크닉과 단단하면서도 생기 있는 음색은 듣는 이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만했다. 그런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장학회에서 그의 실연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셨다. 나는 그의 묘기 에 가까운 연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차 며칠 동안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금요일 저녁이 되고, 찬찬히 연주 프로그램을 보던 나는 피아노 협주곡 세 곡을 한 연주에, 그것도 전 악장을 연주 할 그에게 다시 한 번 존경심을 느끼며 그의 등장을 기다렸다. 잠시 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 둘 무대에 오르고, 이어서 지휘자와 함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힘차게 걸어 나왔다. 몸집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 또 내가 너무 기다렸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빠른 걸음과 인사는 마치 관객들에게 빨리 연주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