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한잔 하고 싶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을 달래고 문화예술회관으로 향해야만 했다. 버스는 만원이었다. 저녁도 대충 때워서 인지 금새 배가 고파왔다. 더군다나 음악의 이해, 본 수업을 혼자 듣는 터라 혈혈단신 대극장을 찾는 나로서는 쓸쓸함마저 밀려든다. 초등학교 때 리틀앤젤스 공연을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적이 있다. 이성의 눈을 뜨기 전은 어린 나이였을 때도 참으로 그 소녀들은 예뻤고 그들의 춤과 노래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대극장의 긴 계단을 오르면서 과거의 감동을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아마 그때가 89년도 정도로 기억하고 있으니 거의 20년이 조금 못되는 시간동안 이곳을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오늘 공연 말고도 앞으로 있을 공연들의 예고가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다. 이렇게 수시로 좋은 공연들이 있는데 그리고 있었을 텐데 나의 생활이 얼마나 바빴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 사랑 그리고 하늘” 아무 생각없이 표를 끊고 건물안에 들어와서 프로그램을 받아보니 오늘 공연의 제목이 들어왔다. 시립합창단의 정기 연주회란다. 개인적으론 사람 목소리보다는 악기소리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인지 오늘공연은 썩 호감이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공연장은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부분이 대학생으로 보였고 그들도 아마도 나와 같은 이유에서 왔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해졌다. 공연장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은 10분정도 늦게 시작을 하였다. 공연이 시작할 무렵에는 객석의 9할을 찼다. 공연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왔고 곧 합장단원들이 무대 양쪽에서 질서 정연하게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앞쪽에는 여성가수들이 뒤쪽은 남성가수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지휘자와 피아노 연주가가 나와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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