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논쟁이 계속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진화론과 창조론은 인간 중심 사상이라는 점에서는 거리낌 없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창조론을 보면 세계 설계사인 신이 인간에게 만물을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권한을 주었다는 믿음, 세계 설계사가 인간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우주와 세계 설계사 사이를 인간만이 연결하고 있다는 믿음이라는 인간중심주의가 드러난다. 진화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의 진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진화의 마지막 정점에 인간을 두는 것, 지나간 모든 시대를 인류의 번영을 예비하는 조연자의 시대로 보는 것 등이 바로 그 것이다.
2. 문명진화와 생존경쟁원리
인간중심주의와 함께 진화론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것이 생존경쟁 원리일 것이다.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과 생존경쟁의 원리는 인류의 지적 역사에 충격을 준 사건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서 그 반대의 이론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러시아의 사상가 크로포트킨이다. 그는 13년 동안 수많은 동물과 인류사를 관찰한 끝에 다윈의 생존경쟁의 진화론에서 맞서 ‘상호부조론’을 펼쳤다. 크로포트킨에 따르면 자연에는 생존경쟁의 법칙과 병행해 상호부조의 법칙이 있고, 상호부조의 법칙은 생존이나 종의 진화에 있어서 생존경쟁의 법칙보다는 월등히 중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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