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시기인 1990년대도 이제 2년여의 시간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사회는 불과 십여년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변화를 겪었다. 정치적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이로인해 수많은 기대와 갈등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만불을 넘어서서 이제 거의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게 되었으며, OECD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이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외에도 1990년대 들어 사회 각 분야에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들이 나타났고, 또 지금 현재도 변화가 진행 중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빠뜨리고 생각해서는 이 시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일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노동판’에 불어 닥치기 시작한 변화의 회오리는 1990년대 중반 민주노총이라고 하는 조직체계의 정비를 기초로, 급기야 1996년 말부터 1997년 초까지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적 총파업이라고 하는 상상을 뛰어 넘는 투쟁력을 발휘하였다. 1987년의 전국적인 파업의 열풍이 기업 수준에서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자주적인 노동자 조직 건설의 당위성을 인정받는 역할을 하였다면, 이번의 총파업은 국가 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노동문제와 관련된 제도의 변경시 당사자인 노동자 및 그 조직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이상 옛날과 같이 노동자의 의사를 배제한 상태에서 노동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어렵게 되었으며, 노동자 및 그 합법적인 조직을 정책 시행을 위한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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