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와 비극적 결말의 이야기
김시습, 최치원(무덤 속 두 자매와의 이야기) 저, 조면희 역,『금오신화 外』, 현암사 ; 2010
학창 시절『금오신화』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어렸을 적에 읽은 책 이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어렸을 적에 읽었던 것도 ‘정식 책’이 아니라 만화로 되어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비운의 천재라고 불리는 김시습이 지은 책을 말이다.
『금오신화』 우리나라의 고전을 배워 보니 이『금오신화』의 특징은 ‘시’와 ‘비극적인 결말’인 것 같다. 시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 나에게 이 책은 꽤나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대화를 시로써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었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왠지 대화보다도 훨씬 와 닿는 그런 시가 있었다. “아! 시로 표현하는 것이 말로 하는 것보다도 감정 전달이 훨씬 잘되는 것도 있구나!”를 난생 처음 느껴졌다. 그런 시가 몇 편 있었다.
먼저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1)1) 저포(樗蒲) : 백제 때 가용하던 놀이의 한 가지. 나무로 주사위 같은 것을 만들어 던져 승부를 결정함.
라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시를 먼저 보면
배꽃나무 한 그루 적막 속에 서 있으니
저 밝은 달밤, 그냥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구려.
창가에 혼자 누워 잠 못 자는 이 젊은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애절한 퉁소 소리.
외로운 저 비취새 혼자서 날고
짝 잃은 원앙새도 비 갠 강물 위에 노닌다.
누가 나에게 바둑이나 두자고 안 하는가
공연히 등불을 켜 놓고 근심스레 창문을 의지했네. 2)2) 김시습, 최치원(무덤 속 두 자매와의 이야기) 저, 조면희 역,『금오신화 外』, 현암사 ; 2010 ,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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