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밭]은 특이하다. 최초 예고편이 등장했을 때 눈길을 사로잡은 건 동강 난 여신상의 머리나 괴물이 아니라 사건 현장을 캠코더에 담은 파격적인 영상이었다고 한다. [클로버필드]는 캠코더를 가진 등장인물이 폭동 현장을 가감 없이 찍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고 볼 때 이 영화는 유튜브 세대, UCC 세상을 맞이하는 첫 괴수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클로버필드]는 시작부터 이 영화가 정말 사건 [클로버필드]의 영상자료인 것처럼 철저히 꾸며진다. 화면 조정으로 시작되는 시작 부분에는 이 필름이 미 국방성의 재산이며 한 때 ‘센트럴 파크’라고 불려졌던 지역에서 발견된 예전의 필름 매체라는 설명이 나타난다. 이어 나타나는 영상은 비디오카메라에 들어 있던 녹화용 테이프 하나의 내용. 썼던 녹화용 테이프를 다시 덮어썼기 때문에 가끔씩 토막이 나서 내용이 끊기고 전혀 다른 영상이 시작되는 이 필름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헷갈리기 시작하며 이 영화와 현실의 거릴를 얼마만큼으로 두어야 할 지 당황하기 시작한다. 만약 후대의 누군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없을 만치 변한 후에 이 영화의 원본을 LA의 영화 스튜디오 근처에서 발견했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은 정말 이 내용이 2008년에 일어났던 일인 양 믿게 될 만큼 이 영화는 뛰어난 사실감을 지니고 있다. 이런 [클로버필드]의 ‘상황극’ 이면에는 영화가 넘을 수 없는 스크린의 벽을 허물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어떤 관객도 괴수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정말 저 괴물 앞에 서 있다”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관객들은 이미 저 괴물이 스크린 속에만 존재하고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곳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클로버필드]는 관객과 감독이 교감하는 얇은 막인 스크린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