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여행이라는 단어는 항상 나를(어쩌면 모두에게나) 설레게 한다. 어릴적 이쁘게 꼬까옷을 입고 어머니.아버지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물론 그때 여행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놀러간다 는 의미가 컸었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어린시절에는 놀러가는 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점점 커가면서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또 다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즉 바쁜일상에 쫒겨 앞만을 보며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위를 달리다가 잠시 우측 깜박이를 넣고 한적한 시골길의 가로수가 우거진 시원한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움이라 생각한다. 혼자 가든 친구들과 같이 가든 여행을 다녀와서 집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에구 집이 최고다” 하는 탄식이 아닌 “그래 우리집이 정말 포근하구나” 라는 고마움이 느껴져야 놀러갔다 온 것이 아닌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일전에 난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소박한 사람의 정을 느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군대 입대를 앞둔 불과 열흘전이었다. 이미 보름전에 나는 집을 떠나서 보름동안 친척어른들, 타지에 있는 친구들을 모두 만나보고 난 다음 이었다. 열흘 뒤면 사회와 안녕이라는 생각에 마음은 참으로 착찹하였었다. 남은 기간동안 혼자 여행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어디로 갈까 생각중이었다. 누구나가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하고 나 또한 그렇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좋은 곳이 많은데 나는 이 중 반의 반의 반이라라도 가보았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무작정 발을 옮겼고 기차를 탔고 버스를 탔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붐비는 인파는 더 이상 싫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어느 시골이었는데 그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제일 자그마하고 낡은 한 집의 대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참으로 할머니 답게 생기신 할머니 한분이 나오셨다. 난 할머니께 길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하룻밤 신세를 부탁드렸다. 할머니께선 흔쾌히 받아들여 주시면서 편한 옷과 참외까지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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