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산업은 90년대 이후 대형 인수, 합병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세계 10대 금융기관 대부분이 최근에 대형 합병을 통해 탄생했을 정도로 합병은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의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국내에도 90년대들어 은행 합병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인원감축, 조직통폐합 등의 문제로 자발적인 성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98년부터 시작된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4개 합병은행이 탄생하였다. 지난 76년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이 합병한 이후 22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 합병은행은 부실정리 목적의 합병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효율성 제고나 시너지 제고와 같은 합병의 순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에는 합병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쟁력 제고와 선도 금융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자발적 합병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금융기관 합병은 정부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금융기관 스스로의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즉 개별 금융기관은 합병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에서 생존과 도약을 위해 능동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국내 금융산업은 현재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일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조성해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업무영역 확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적 구조조정의 한 축으로 합병이 진전될 것이며 금융당국도 이러한 방향으로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부실금융기관과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기관에 대해서 정부주도의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