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기억은 곧 자아이다. 기억을 잃으면 자아를 잃게 되고, 기억이 조작되면 다른 정체성을 가진 나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룰 두 영화의 인물들은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메멘토(Memento)]와 [이터널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이 두 영화들은 ‘기억이 지워진다.’라는 것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극을 구성하는 방식의 독특함과 저예산으로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이고 있기에 견주어 놓고 볼만하다. 이 글에서는 각 영화의 구성과 ‘메멘토’, 그리고 이성에 앞서는 감정을 살펴보겠다.
구성 - 시간 순서의 파괴
[메멘토]를 보면서 처음 느끼게 되는 것은 시간의 파편적 구성으로 인한 혼란이다. 오프닝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폭력적 이미지를 통해서 관객을 압도한다. 그와 동시에 이 영화가 시간 순서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를 바탕으로 관객들은 구성에 대한 이해를 안고 감상하게 되지만 역행적 구성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 내내 순행적 구성의 흑백부분이 교차 편집되어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컬러부분과 만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거기에다가 주변 인물들의 등장, 모텔 출입, 차량 승하차 등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비슷한 화면 구성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메멘토]를 다시 보더라도 다음 장면이 무엇인지 예측하기 힘들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순서를 기억하는 것에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자신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놀란은 이런 방식으로 관객들이 레너드(가이 피어스)에게 자신을 이입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