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에서 영웅의 의미- 방정환의 [만년샤쓰]를 읽고
아이들은 보통 어릴 때는 육체적 아니무스(남성성)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주 힘이 센 인형을 좋아하고, 그런 캐릭터를 우상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힘 있는 목숨을 좋아하는 심리의 내면에는 빛이 되는 점도 있고, 그림자가 되는 점도 있습니다.
빛이 되는 점을 찾는다면 아이들은 이런 힘있는 목숨을 통해 자기를 동일시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점차 자기대상인 엄마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자립의 의지를 키워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힘있는 목숨에 대한 동일시가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내면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영웅주의 사고에 빠져버릴 위험도 있는 것이지요.
영웅주의가 오락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문화와 결합하면 그야말로 정의를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 일그러진 영웅을 양산해 냅니다. 동화나 신화속의 영웅들과, 오락영화 속에 나오는 영웅주의 캐릭터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점에 대한 연구도 해 볼만한 주제라 할 수 있겠지요.
근대동화 작가들의 관념 속에는 하나의 도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라에 대한 헌신과, 개인의 입신출세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사고를 한 것입니다. 이래서 근대 동화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은 늘 어떤 목표를 향해 헌신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헌신의 계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동문학평론가인 우에노 료는 이런 근대 작가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헌신의 계보와 반헌신의 계보로 나누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제도권에 순방향으로 작동하는 인물들, 그러니까 지배이데올로기에 기대서 살아가는 헌신적인 캐릭터들을 헌신의 계보 안에 넣고, 제도에 역방향으로 나가는 인물들, 그러니까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서서 새로운 혁명을 꿈꾸는 캐릭터들은 반헌신의 계보에 넣은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