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인류들은 도대체 무슨 끓어오르는 예술 혼이 있어서 벽에다 그림을 그렸을까.
당연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테지만 별 다른 이유가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책에서는 이러한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오늘 사냥에서 커다란 들소를 잡았다. 덕분에 모처럼 포식을 하고, 이제 들소의 날카로운 뼛조각으로 이빨사이의 후식을 즐기는 중이다. 이제 뭘 하지 잠이나 잘까 한 젊은이가 이쑤시개로 동굴 바닥을 긁적거리며 격렬했던 전투장면을 떠올린다. 그 큰 놈이 무릎을 꿇고 쓰러져가던 통쾌한 모습이란…….
그때, ‘어, 이게 뭐지’ 갑자기 바닥에 들소의 형체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뼈끝에서 들소가 나오다니, 그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네 다리와 꼬리를 마저 그려 넣었다. 그리고 졸지의 인류 최초의 예술가가 된다. -1권 33페이지 11번째 줄-
이런 형태의 원시인들이 남아도는 체력이나 시간을 방출하는 소일거리였다는 가설을 ‘유희 기원설’이라고 하였다. 이 유희 기원설에 대해 글을 읽으면서 그거 말 되네 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책에서는 금방 이 가설을 부정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과연 혹독한 자연 속에서 원시인들이 그런 놀이를 할 시간이 존재하였을까’ 라는 것이다.
그 직후 예술은 노동, 주술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원시인들은 배가 불러서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춘 것이 아니라 굶주렸기 때문에 예술을 하였다는 것이다.
아까 그 자리다. 너울거리는 횃불에 동굴 여기저기에 그려진 들소 떼가 보인다. 짐승 가죽을 뒤집어쓴 사람이 뭐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아마 제사장쯤 되는 모양이다. 그가 신호를 보내자, 부족들이 그림 속의 들소 떼를 향해 일제히 돌창을 던진다. 저런…… 말릴 새도 없이 창은 들소의 급소에 사정없이 꽂힌다.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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