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등장과 경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기업들이 적극화해 온 것들 중에는 자동화기술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자동화기술은 제조업의 생산과정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급속히 확산되어 왔다(김진영, 1994; 정승국, 1995; 김경동/심윤종 엮음, 1995). 자동화 및 정보기술의 도입과 확산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그 수준 면에서는 선진국과 큰 격차가 있지만, 전개 속도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국가정보화백서, 1995). 그러나 문제는 정보화의 급속한 확대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인간과 맺게 되는 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동화와 정보화는 인간의 참여를 배제시킨 채 경영의 합리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에 따라 ‘정보화’(informating)를 위해 활용되어야 할 신기술이 ‘자동화’(automating)와 노동자 배제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기술을 중심으로 한 생산조직의 혁신이 노조의 참여나 개입을 배제한 조직 및 인원 합리화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