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는 사회주의권 붕괴,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 심각한 자연재해로 인한 최악의 경제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우려,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체제위기에 처한 북한이 난관을 극복하기위해 들고 나온 전략적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소련의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라 김정일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정당성(legitimacy)과 정체성(identity)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소련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주의 형제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왜 사회주의를 유지, 고수해야 하는지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음으로 김일성 없는 김정일 체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그의 권력을 공고히 하면서 체제위기의 근본문제인 식량난, 외화난, 에너지난을 극복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부자 권력승계에 따른 정통성의 부족을 효율성으로 만회해야 하는 김정일로서는 당장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배를 채우는 데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북한 경제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이러한 1990 년대의 위기는 북한이 일찍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체제수호담론(體制守護談論)으로 제시된 것이 주체사상에 기초한 ‘우리식 사회주의(Our Own Style Socialism)’ 이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실현방식으로서 군을 정치의 전면에 내세워 체제수호 및 국가관리의 정치방식으로 등장한 것이 선군정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