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윤리는 이제 일반 시민의 교양이자 관심사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복제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배아 줄기세포’처럼 예전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독점하고 있던 희귀한 생물학과 의학의 용어들이 언론과 인터넷에서 흘러넘친다. 2005년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일선 의료기관과 연구기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면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와 같은 말들이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게 되었다. 그래서 생명 윤리는 교양이자 지적 관심사뿐만 아니라 모르면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삶의 기술’중 하나가 되어 버린 듯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 이식 기술을 사용한 인간 배아 복제와 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한 나라이자, 100여 개가 넘는 시험관 아기 불임 클리닉이 운영되는 나라이고, 탯줄 혈액은행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면서 갖은 명목의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생명공학 벤처 기업들이 비온 뒤의 죽순처럼 솟아나는 나라다. 한편으로는 치료비가 없어 딸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버린 가장이 처벌을 받는 나라이면서 매년 30여 만 건 이상의 낙태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세계에서도 드물게 생체 장기 이식 기증의 비율이 전체 장기 이식의 90%가 넘는 희귀한 나라다. 반나절 동안 300명이 넘는 환자를 보는 초인적인 의사가 사는 나라이면서, 환자에게 암에 걸렸다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의사가 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전 국민을 주민등록 번호와 열 손가락 지문으로 관리하면서도 유전정보까지 검사해서 등록해 놓고 싶어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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