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여느 20대처럼 종이로 만들어진 책보다는 인터넷, 텔레비전을 더 가까이, 친숙하게 받아들여 왔다. 가끔 책을 읽을 때도 소설책은 읽지 않고 좋아하는 특정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정도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에 길들여지면서 어느 순간 감동적인 요소를 거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거나 돕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듯 했고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일도 나에겐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원래 타고난 성격이 있기는 하겠지만 언제 부턴가 주변에서도 나를 냉정한 사람, 좋게 표현 할 때는 똑 부러지는 사람으로 불리면서 내가 너무 감정 없이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내 성격을 고치려는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다른 날처럼 텔레비전을 보다 김제동과 박경철 이 두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의사 겸 경제 전문가라는 박경철 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가짐이나 지식 부분에 있어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회 하고 끝나는 프로그램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문득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책 제목이 떠올랐다. 아까도 언급했듯 나는 종이로 만들어진 책과는 친숙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침 새롭게 접한 태블릿PC가 있어서 E-Book으로 책을 구매했다.
책은 생각했던 것만큼 쉽게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감동실화의 느낌이 아니어서 의외이면서도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 뭉클하고 찡해지는 내용이 많이 있었지만 그것이 슬픔을 끌어내기 위한 이것저것 덧붙인 글은 아니었다. 마치 짧지만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작가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글을 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