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에 어울릴 법한 김병만식 달인 개그는 애초에 나와 맞지 않은 웃음 코드였다. 웃음보다는 차라리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철지난 몸개그라는 선입견에 그의 코너는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병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SBS의 키스앤크라이라는 스케이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우연히 본 후부터였다.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오디션 준비 과정은, 김병만이라는 사람이 인생을 참 진지하게 노력하며 사는 개그맨이구나라는 느낌을 갖게끔 했다. 이후 그는 진지함, 노력, 성실의 이미지로 나에게 투사되었다. 이수근처럼 애드리브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다. 개인적인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그를 개그맨이라 부르는 것보다는 코미디언 내지 희극인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이응진 KBS 창원총국장은, 김병만은 새로운 개그를 창조함으로써 대한민국 코미디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코미디에 무뇌한이기에 그의 평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찰리 채플린 코미디에만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는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