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는 영화 ‘도가니’로 장애인 학생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2005년 MBC PD수첩에서 광주 인화학교의 청각장애인 학생에 대한 성폭력사건을 다룬 이후 6년만의 일이다. 우리 사회는 6년 동안이나 불의에 침묵을 지키고 있을 만큼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인화학교의 교직원이 그랬던 것처럼 침묵의 카르텔을 지키고 있었다.
경찰과 국회는 여론을 의식한 듯 재수사와 국정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해당 교육청은 인화학교에 대해 폐교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장애인을 성폭행한 경우에는 친고죄를 없애는 법조항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관계 기관들은 늦게나마 수습에 힘썼다. 아울러 사법부는 기존의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인 성폭력범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는 것보다는 나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소설 『도가니』는 인화학교라는 청각장애학교에서 2000년부터 4년 동안 교장을 포함해서 교직원들에 의해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2009년에 발표된 공지영의 소설이다. 당시에도 큰 반향을 불렀지만 작년(2011년)과 같은 정도는 않았다. 문자보다는 이미지가 더 강력한 힘을 보여줌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