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놀이를 통해 본 중세 서양인들의 일상1)
1. 서론
중세의 많은 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14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한 인문주의자 페트라르카는 놀이가 “죄이며 시간낭비”라고 하였다. 20세기에 카이와도 놀이가 한편으로는 현실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과 달리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분좋은 엉뚱한 짓과 헛된 기분전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2) 즉 놀이의 근본적인 속성으로 생각되는 무상성(無償性)이 그것의 가치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락이나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의 질병이라거나 현실도피적인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3) 반면에 놀이를 시각을 달리하여 이해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놀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기록한 중세 최초의 작가 카스티야와 레온의 왕 알폰소 10세는 1283년 『다양한 놀이들 - 장기, 주사위, 말판놀이』를 저술하였는데, 이 책에서 “세상사에서 괴로움을 당하는 인간이 놀이에서 마음을 달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파악하였다.4) 그는 놀이가 생활의 불가결한 일부이며 현실문제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하였던 것이다. 놀이에 대해 독창적인 관찰을 한 호이징하도 놀이를 즐기는 것이 인간의 본질적 속성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였고, 더 나아가 문화행위 자체에는 놀이적 속성이 있음을 파악하였다.5) 우리는 이 사례들에서 놀이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인식 혹은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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