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자들의 도시
사실 이 영화는 내가 주저주저 하다가 선택해서 본 영화이다. 이미 책을 읽어 알고 있는 내용이였고 그 후의 후폭풍과 알 수 없는 찝찝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 접할 때도 한동안 먹먹했었는데 이 것을 영상으로 보면 얼마나 와닿을 까 하는 걱정에서 였다,
영화는 혼잡한 도로 위 한 일본인 남자가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시작된다. 그것도 온 세상이 까맣게 변하여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유 속을 걷는 것처럼 하얗게 변하면서 말이다. 사람의 감각기관들은 눈, 코, 귀, 피부 등 다양하지만 왜 하필 영화는 눈이 멀게 설정하였을까 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주변 상황, 환경들을 볼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게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며 그 사람을 판단하며 자신 또한 그 자신의 행동으로서 판단되기 때문에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서로 피해를 주고받지 않기 위해 규범, 법 등을 만들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생활, 즉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를 영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동물들과 차별화하며 자랑스럽게 행각하는 인간 존엄성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