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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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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언제나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이자 자그마한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요 몇 년 사이에 글다운 글 하나 써 보지 못한 나에게 感想文을 써야 한다는 강요감은 지난날 수많은 感傷文을 토해 놓던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이 글의 부제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라고 길게 붙여 놓았지만 그 내용이 무량수전이나 한국 미술과 어떤 관계를 갖게될런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생각의 연결 고리를 건너뛰어 비로소 미술이라는 개념에 근접하게는 되겠지만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 感傷의 선을 뛰어넘지는 못하리라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비가 온다. 봄비다.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실내에는 난로가 아직 열을 내고 있고 나는 그 옆에서 시간의 역행을 시작하려 한다. 이는 봄이라는 단어와 비라는 명사의 결합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항상 비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는 어느 시골 한적한 호숫가나(저수지면 어떠랴) 바닷가의 회색 하늘빛 물결이 떠오르곤 한다. 백양사 계곡의 빗물 섞인 흐름과 이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절간의 풍경 소리도 함께
책상 위에 덩그러니 책 한 권이 글쓰기를 재촉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책을 손에 들고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제목부터가 낯설다. 무량수전, 이름이야 너무나도 자주 들었지만 그 모습은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나 참고서 한 구석에서 본듯 흐릿하다. 아! 예술에 대한 빈곤함이여. 목차에서부터 모르는 것 투성이다. 간혹 아는 것 하나라도 있을라치면 그곳으로 눈길을 보내지만 내용을 보면 역시나 아니올시다라고 할밖에……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그리도 감명 깊게 읽었지만 이 책은 도무지 情이 가질 않으니, 흡사 공대생에게 DNA가 어쩌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듯하다. 하지만 창 너머로 뿌옇게 용지가 보이고 그 정경 하나 만으로도 가슴 설렘이 있다면 두번이고 세번이고 이 책에 마음을 담아서 한국 미술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리라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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