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레포트를 위한 세가지 책 중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책부터 구경한 후 결정하기로 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카자르 사전]은 어느 분야에서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제목 그대로 엄밀한 의미의 사전은 아닐테고, 그럼 역사책이란 말인지, 소설책이란 말인지..책을 찾아내고 보니 여성판과 남성판은 또 무슨 말인지.
두 권 중에서 일단 여성판을 집어들었다. ‘십만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사전 소설’ 이라는 부제가 붙은 [카자르 사전]은 ‘사전 소설’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외견상 사전의 형태를 띠고는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사전은 아니고, 한때 카프카스 지방에서 크게 세력을 떨친 카자르인들의 역사를 다룬 미스테리 소설이었다.
‘사전소설’ 이란 형식은 처음 접하는 것인데, 소설의 주요 소재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늘어놓고 이를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설이다. 예를 들어 아테(Atech), 브란코비치(Brancovich), 카자르(Khazar)의 순으로 인물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소설이 진행된다. 서문의 ‘사전의 사용법’을 보면 순서에 얽매일 필요없이 어떤 부분부터 읽어내려가든지 상관이 없다고 쓰여 있다. 읽는 사람의 자유분방한 의식에 따라 어느 부분이라도 마음대로 펼쳐 읽어도 그만인 것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처음과 끝이 있어야 하고 일정한 줄거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한 것일까 이런 형식으로 수세기에 걸친 시간과 광범위한 공간을 이동하며 각각의 등장인물과 카자르의 역사를 정교하고 신비로운 하나의 그림으로 엮어내는 독특한 방식이 맘에 들었다.
이 소설에는 종교, 역사, 민족, 그리고 모험, 사랑 이야기까지 모든 요소가 담겨 있다. 처음엔 흩어진 시간과 역사의 부서진 조각들을 서로 짜맞추기가 힘들었지만 주의깊게 끝까지 읽다보니 이러한 요소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롭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뛰어넘어 하나로 연결되었다. 마치 천조각을 이어서 만든 퀼트와 같이 말이다. 조각난 그림을 맞추듯이 서서히 맞아들어가는 줄거리 구성이 독특해서 맘에 들었다.
본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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