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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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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거처
제 1 부
시에 대하여
할머니는 산그늘에 앉아 막대기로 참깨를 털고
어머니는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호미로 고추밭을 매고
아버지는 이랴 자랴 소를 몰아 논수밭에서 쟁기질을 하고
나는 나는 학교 갔다 와서 산에 들에 나가
망태 매고 꼴을 베기도 하고 염소를 먹이기도 했지요
나는 보고는 했지요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깨를 터시다 말고 막대기를 훼훼 저어
모밀밭을 해치는 산짐승을 쫓는 시늉을 하는 것을
나는 보고는 했지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김을 매시다 말고 사금파리를 주워
고춧잎에 붙은 진딧물을 긁어내는 것을
나는 보고는 했지요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쟁기질을 잠시 멈추시고 꼬챙이를 깎아
황소 뒷다리에 붙은 진드기를 떼어내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시에는
그 시절 우리 식구들이 미워했던 것들---
산짐승 진딧물 진드기 같은 것이 자주 나오지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시에는
그런 것들을 내치느라 일손을 잠시 놓으시고
우리 식구들이 대신 들었던 것들---
막대기 사금파리 꼬챙이 같은 것이 많이 나오지요
예술지상주의
예술지상주의 그것은 애초에
이승은 떠남의 세계였고 현실은 네미씹이었다
그에게는 예술지상주의자에게는
문명은 파괴되어야 할 적이었고
자학과 광기와 절망이 삶의 전부였다
그에게는 나이도 없었다
예술이라면 제 애비도 몰라보는 후레자식이 예술지상주의였다
염병할! 그놈의 사후의 명성이란 것도
그에게는 부질없는 무덤이었다
예술이라면 예술 아닌 모든 것이
저주해야 할 대상이었다 쓰레기였다
부르조아 새끼들의 위선이 거만이 구역질나서 보들레르는
자본의 시궁창 파리 한복판에 악의 꽃을 키웠다
랭보는 꼬뮌 전사의 패배에 절망하여
문명의 절정 빠리를 떠났다
시에 똥이나 싸라 침을 뱉고
대한민국의 순수파들 절망도 없이
광기도 자학도 없이 예술지상주의를 한다
수석과 분재로 예술지상주의를 한다
학식과 덕망의 국회의원으로 예술지상주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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