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소재를 통한 시감상
-채송화와 민들레가 지니는 의미-
1. 시 전문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방공호(防空壕) 위에
어쩌다 핀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壕)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채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진작 죽었더라면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렷만…….
글세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셔요.
숫채 말이 적어지신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인제 지구(地球)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털으시리라.
-박남수,「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문예》, 1953. 11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민들레」,1950
2. 들어가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