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토지』를 읽고
1. 총평
박경리의 토지는 사실 4-5페이지의 감상문으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작품이다. 분량 면에서만이 아니라 그것이 다루고있는 세계가 시간적으로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과정에 걸쳐, 공간적으로는 독립운동이 일어나는 중국, 일본, 미국에 걸쳐 방대하여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한국의 민속사, 민중사, 생활사, 풍속사, 역사, 사회사, 민족 변란사, 가족사, 언어 변천사, 사상사, 경제사, 문화사, 민족수난사 및 여성사를 총망라하는 수많은 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대해 감상문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단지 최근 들어 읽기 시작한 이 소설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 묘사의 구체성이나 생동감이 매우 훌륭하여 마치 근대화 시대의 한국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시대 민중과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토지가 재현해내는 방언은 작품의 생동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부터 확대되어 중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그 방대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만해지지 않으며 대중적인 흡인력도 잃지 않는 구성력과 내러티브…… 책을 읽는 내내 과연 1990년대 한국 여성문학의 성취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