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문학의 관계
철학과 문학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 밝히려면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1)1) 이 글은 <<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양상>>(한샘출판, 1992)이라는 이름으로 내 고,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지식산업사, 1996)으로 대폭 증보해서 다시 출간하는 책과 적지 않게 겹치고, <<우리 문학의 길>>(지식산업사, 1993)에서 편 지론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미진한 논의는 대부분 그 두 책을 이용해서 보완할 수 있다.
방대한 저술의 결론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는 것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기만 하면 길이 막히니, 쉽게 접근하기로 하자. 철학과 문학의 관계를 간명하게 정리해서 서론으로 삼지 않고서는, 그 다음 말을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철학이 너무 경색되어 있는 폐단을 무엇이든지 부드럽게 다룰 수 있는 문학에서 풀어 줄 필요가 있다. 문학에서는 산만한 논의를 펴다가 마는 잘못을 시정하려면 철학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철학과 문학, 문학과 철학을 함께 다루는 이 글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하면, 철학과 문학의 관계에 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되었다.
철학은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것과 다르게, 문학은 어려운 말을 쉽게 한다. 둘의 관계를 문학 특유의 방식을 사용하면서, 문학에 유리하게 규정하면 이렇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은 형상화된 체험이라면, 철학은 개념화된 논리이다. 이렇게 말하면 둘의 관계를 공평하게 규정했다 하겠으나, 철학 특유의 어법을 사용한 편파성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문학과 철학은 그처럼 서로 달라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배격하고, 서로 적대시하기도 한다. 철학과 시는 옛날부터 사이가 나빴다고 일찍이 플라톤(Platon)이 공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공자(孔子)는 시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더불어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느 쪽을 따를 것인가 고민하지 말자. 문학과 철학은 상반되므로 화합하고, 화합하므로 상반되는 것이 정당한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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