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성 개방과 여성, 그리고 성 담론
1. 들어가는 말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성’에 관한 논의가 금기 시 되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회 곳곳에서 성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터부시되어 오던 ‘성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성 담론에 있어 자유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 안에서의 성 담론, 특히 여성들의 성에 관한 논의는 점차 해방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기존 가치관의 혼란 내지 혼미 현상을 빚고 있기도 하다.
지금껏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적 대상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쪽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성의 성욕이고,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고 소유 당하는 쪽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의 성욕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부터 살펴볼 문화적 체험은 이러한 틀이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음을 직접 느끼게 해주었다. ‘포르노’ ‘야한 사이트’ 등의 ‘성 상품’들의 허용과 규제라는 논의를 배제하고, 이것들의 소비 현실만을 살펴봤을 때, 이제 ‘상품화된 성’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즉, 이제 여성도 하나의 개별화된 소비주체로서 이것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 특히 미혼 여성이 성욕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금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들도 자신의 성욕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음을 여러 문화 현상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이러한 현상들은 말 그대로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고, 필자가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해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들은 조금씩 ‘성 담론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또 이러한 공간을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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