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의 문학성과 공연성
연극 보기를 즐겨하는 사람들도 희곡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희곡은 연극의 종속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독서물로서의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까지 있다. 희곡은 문학의 하위 갈래에 속하면서도 공연 예술의 한 형태인 연극의 대본으로 전환이 전제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삶을 대상으로 하여 작가의 사상을 문자로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여타 문학 갈래(소설이나 시)와 동일하지만, 여타 문학 갈래가 인쇄물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데 비해 연극으로 공연되어 관객과 만나는 또 다른 소통 경로를 예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희곡을 문학의 여타 갈래와 비교할 때 열등한 특성으로 흔히 지적되곤 하는, 시.공간 이동의 부자연스러움도 극중 장소 운영에 제한이 많은 연극 공연의 특성상 생겨나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희곡의 특징은 연극의 특징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희곡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희곡을 연극과 엄격히 구분하여 문학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려는 일부의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희곡(戱曲)의 희를 『훈몽자회』에서는 '노릇'이라 하였고, 곡(曲)은 '노래'라 하였는데, 대개 가무로써 고사를 표현하는 것(凡以歌舞表演故事者)이다. 어원에서도, 노래와 춤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동원된 볼거리들을 문자로 옮겨 놓은 것이 희곡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 희곡을 총칭하는 Drama가 '행하다'(to do)의 의미를 지닌 희랍어(draein)에서 나왔다는 사실과도 상통한다. 이처럼 희곡은 연극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그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희곡을 문학의 틀 속에 가두어, 문학 생산물로서만 상대하려 한다면 희곡이 가지고 있는 특성의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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