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문화상품
대중문화논의의 반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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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에 대한 최근의 논의가 지닌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하고, 80년대 운동의 성과 위에서 문화이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부분적인 시도이다.
지난 몇년 사이에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가 크게 팽창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만한 특징이 수반되었다.
첫째는 좌파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80년대 후반의 진보적 학술운동이 사회성격논쟁을 중심으로 사회과학, 특히 경제학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운동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전공과 무관하게 먼저 맑스 경제학을, 그리고 나서 국가론, 계급론, 전략전술론 등등을 공부했다. 이것은 노래운동이나 시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문학서클에 들었는데 글쓰는 법은 안가르쳐주고 맑스 경제학 얘기만 하는데 질렸다고 투덜대던 친구들이 기억난다. 그런데 90년대로 넘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거듭되는 패배와 퇴각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전선이 어디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던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은, 보이지 않는 덫이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에 거미줄처럼 쳐져있다는 것, 지배계급은 폭력만이 아니라 동의에 의해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으며, 우리의 싸움은 장기적인 ‘진지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좌파의 관심은 ‘경제’에서 ‘문화’로 선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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