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파산(破産)
염상섭
줄거리
학교가 파한 뒤 유리창을 통해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 길을 내다보고 있던 정례는 교장이 또 찾아온다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상점 안을 둘러보던 교장으로부터 빚독촉을 받고 모녀는 불쾌해진다.
정례 모녀는 원래 선술집이던 것을 팔천 원 월세로 얻어 학용품 상점을 벌리며, 조금 외진 골목 안이기는 하지만 여자 중학교와 국민학교가 길 건너로 마주붙은 네거리에 위치하여 그런대로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이자 칠천오백 환을 주자 교장이 본전은 커녕 이자까지 밀린다고 불평이며, 정례 모친은 김옥임에게 빌린 십만 환의 이자 일만오천 환과 조선은행 삼십만 환의 이 자를 말하면서 돈벌어서 남좋은 일 시킨다고 불평을 한다.
이번에는 본전까지 해주어야 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던 교장은 김옥임에게 이십만 환 조건을 대지르고 여기서 돈을 받아가기로 했다고 하며, 정례 어머니는 얼굴이 빨개가지고 눈을 세로 뜨면서 그렇게 못한다고 한다. 김옥임의 이십만 환이라는 것이 요사 이 정례 모녀의 큰 걱정거리가 되었는데, 그 돈은 상점을 늘리면서 그녀에게 동업 조건으로 십만 환을 빌린 것이며, 밑천 십만 환의 두 배를 빼가고도 새끼를 쳐서 그렇게 된 것이다.
정례 모친은 남편을 졸라 집문서를 은행에 넣고 삼십만 환을 은행에서 빌려서 당장 급한 것을 정리하고 부족한 돈 십만 환을 동 업의 조건으로 옥임에게 쓰게 되었다.
정례 아버지는 무슨 정당의 조직부장이니 훈련 부장이니 하여 그 알량한 구멍가게에서 용돈을 얻어 쓰기 안되었다고, 작년 겨울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땅뙈기를 팔아서 택시를 부렸으나 돈만 쓰며, 이를 본 옥임이 돈을 빼간다고 해서 시원하지만 돈을 빼 줄 방법이 없다.
이에, 옥임은 가게를 누구에게 소개하겠다면서 자기 돈 십만 환 빼갈 궁리만 하며, 정례 모녀는 분노를 느끼나 옥임의 떼로 팔 만 환 보증금의 영수증을 담보로 주고 출자금을 일할오부 변의 빚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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