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성황(成化-명나라 헌종의 연호) 연간에 정주에 박생(朴生)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박생은 유학으로써 대상할 것을 기약하여 힘쓰던 중 태학관(太學館)에 보결생으로 천거되었으나 시험에 급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나 우울하고 마음이 불쾌하였다. 그는 뜻이 매우 높아 웬만한 세력에 굴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굽히지도 않았다. 그러한 그의 성질을 보고 남들은 거만한 위인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가 남들과 교제할 때마다 태도가 대단히 온순하고 후하였으므로 여러 사람의 칭송이 자자하였다.
그는 일찍이 불교, 무당, 귀신 등 모든 것에 대하여 의심을 품는 한편, 이에 《중용(中庸)》과 《역경(易經)》을 읽은 뒤 더욱 자신을 얻게 되었다. 그는 성격이 순진하였으므로 불교 신자들과도 친밀히 지내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절간의 스님과 불교에 대한 질의를 전개하게 되었는데, 스님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천당과 지옥이란 것에 대하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야 천지는 한 음양일 것인데 어찌 천지 밖에 또 그런 세계가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스님도 또한 능히 결단하여 말하지 못하였다. 스님이 또 말하기를,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악인과 악, 선인과 선의 회복이야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나 박생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일리론(一理論)》이라는 책을 만들어 스스로 경책을 삼았다. 그리하여 불교의 이단적인 데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그가 저술한 책의 내용은 대개 이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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