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당인보기(田黃堂印譜記)
지은이
정한숙
줄거리
수하인 강명진은 벼슬한 친구인 석운 이경수에게 기념이 될 선물을 하려는데, 석운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의 성미에까지 들어맞 는 선물이길 바랐다. 그는 아취도 있고 그 반면 실용성도 있는 인장 한 방(壹方)이 알맞을 듯하여 어렵게 전황석을 구한다. 그 것은 십오륙 년 전쯤 서화를 즐기던 거부 이모가 보여 주던 바로 그것이었다.
전황석의 값을 따지면 금값의 열 배가 넘지만, 수하인은 그것보다는 석운에게 줄 만한 내력 있는 물건을 구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도장을 파기 시작한다. '석운이경수지인산수(石雲李慶秀之印山水)'라 한 문귀를 한나절을 들여 포자(布字)하고, 반평생 을 같이해 온 산홍이가 풀칠한 양단으로 갑을 만들었다. 일을 마치게 되자 수하인은 새로운 싹이 돋아 오르는 모양 흐뭇해한다.
반년 동안 찾지 못한 석운을 찾아 남산동에 가니 석운은 몹시 바빠 만날 겨를이 없다. 그의 아내를 만나는데 그의 아내는, 남 편에게 무슨 골치 아픈 부탁이라도 하려고 찾아온 것으로 넘겨짚어 수하인을 대한다. 그의 아내는 가끔 청탁조로 들어오는 뇌물 을 받아 축적하는 재미가 한창인 터이라, 수하인의 선물을 그저 하찮기만 한 것이다. 수한인이 인장을 부인에게 전하고 돌아가자 , 석운의 아내는 수하인이 머리가 돈 것이 아니냐며, 격이 낮다고 험담을 한다. 석운 역시 수하인의 인장 선물에 거의 눈에 들 어오지 않았다. 다만 수하인다운 일이라는 생각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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