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는 신경숙의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에 실린 단편이다. 나른한 주말 오후에, A4용지 20장 정도분량에 프린트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였다. 단편이어서 다 읽는데 1시간 남짓 걸렸지만, 그 여운은 매우 길었다. 마치, 아픈 사연을 지닌 30대 여자의 애절한 일기를 읽은 기분이었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여인 ‘나’의 40대의 한 가정의 가장 ‘당신’에게로의 편지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나’의 독백이다. ‘나’는 ‘당신’이 경영하던 스포츠 센터에서 일하던 직원이었고, 또한 ‘당신’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 연인이었다. 어느 날, ‘당신’은 ‘나’에게 함께 외국으로 떠나자고 제안하고, ‘나’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하여, 고향으로 내려간다. 고향에서 ‘나’는 어릴 적 열흘간 머물다 간 ‘그 여자’를 떠올리게 된다. 불편한 다리로 줄넘기를 하던 점촌댁 할머니, 남편에게서 소박을 맞고, 스포츠센터에서 눈물을 흘리며 에어로빅을 하던 중년의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괴로워한다. 결국 ‘나’는 또다른 ‘소박맞은 여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 결국 그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한 달 뒤, 그의 집에 전화를 한 ‘나’는 그의 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평화로움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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