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의 문학과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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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에 대한 새로운 논의는 사실 보들레르 자체에 대한 논의에서보다는 소위 사악한 비이성적 도피적인 추한 같은 부정적인 의미망 속에 놓여 있던 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 독일의 경우 과거 헤겔 철학의 전통에 의해 비이성적인 문학으로 치부되었던 낭만주의 문학은 70년대 이후 새로운 해석의 전환을 맞게 되는데, 여기서 주된 질문은 과연 낭만주의 문학이 계몽적, 유토피아적 사유와의 극단적인 단절인지 아니면 그와 같은 계몽적인 사유의 연장으로 파악해야 할 것인지로 요약된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대체로 후자의 입장이 관철되었고, 그 결과 계몽적인 작가들과 반계몽적 작가들 간의 변별점이 사라지고 모든 작가들은 결국 이데올로기 차원에서는, 무질(R. Musil)의 소설 제목을 패러디하자면, 특성 없는 시인들로 해석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차이의 소멸 경향에 대항하여 그 어떤 형태의 중재를 용인하지 않고 또한 계몽과 반계몽이라는 사회정치적인 이항 대립에서 벗어나 낭만주의 문학에 내재해 있는 심미성 자체를 역설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보들레르 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사실은 그와 같은 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최근 서구 사회과학 및 문학이론에서 목격할 수 있는 하나의 특이한 장면은 니체 철학과 보들레르 문학이 현대성과 탈현대성 간의 줄다리기 내지는 격론의 장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니체 철학의 경우, 한편으로 그 철학은 계몽의 신화를 비판적으로 고찰해줄 수 있는 새로운 동인이 되고 이러한 점에서 니체 철학과 프랑크푸르트 학파 간의 유사성까지도 언급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 니체 철학은 여전히 이성과 합리성의 문맥 내에 갇힐 수 없는, 일종의 탈현대적인 혁신성까지도 제공해주는 사유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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