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피노자의 이례성과 현재성
1/ 스피노자의 이례성과 현재성
근대의 철학사와 정치사상사에 있어 의심할나위 없이 스피노자는 매우 이례적인 철학자다. 이러한 이례성으로 인해, 그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불충분했고, 근대철학과 정치사상의 계보 속에서 그는 언제나 분류하기 어려운 사상가로 이해되었다. 철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는 인간의 이성을 옹호하지만 합리주의자로 분류될 수 없었고, 신과 실체에 대한 매우 장황한 형이상학을 펼쳐보이지만, 결코 관념론자로 파악되지 않았다. 정치사상의 측면에서 보아도 사정은 동일하다. 그는 대중의 자유를 옹호하지만, 자유주의자로 분류될 수는 없었고,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결코 전체주의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요컨대, 근대의 사유틀 속에서 보았을 때, 그는 매우 모순적인 사상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례성이 오늘날 스피노자를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즉, 스피노자의 이례성을 오늘날 '스피노자의 현재성'을 논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푸코'의 현재성이나, '데카르트'의 현재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자의 경우는 이미 동시대성 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자명하게도 주류적인 사유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적으로 (재)구성될 필요성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현재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사상이 오늘날 이해되는 것과 다른 것으로 이해될 가능성을 내포함과 동시에, 그것이 동시대의 지반 속에서 하나의 입장을 취하면서 나름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만약 스피노자의 이례성 자체가 현재성을 운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면, 그것은 스피노자의 사상 및 그것의 체계가 가지고 있는 모호성과 독특함들이 오늘날의 사유지반 속에서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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