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된 시는 날카로운 외침이 아니라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둥근 소리 ●
-이북명, 「질소비료공장」
1. 박노해를 아시나요 그러면 이북명은
이북명,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박노해를 떠올리는 것이 좋겠다. 모든 것이 워낙 빨리 잊혀지는 시절이어서, 요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은 선배가 눈맑은 신입생을 보면 손잡고 서점에 가서 사주는 첫번째 책이었다. 학교 정문 앞의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쭉 가면 고모집, 풍년집, 막걸리집들이 몰려 있는 골목이 나오는데, 저녁에 그 골목 어디에 앉아 있으면 꼭 한번은 듣고야마는 노래가 바로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붓는다’로 시작하는 「노동의 새벽」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 여름 군에서 제대한 뒤로 술자리에서 한번도 듣지를 못했다. 요사이는 공통된 정서로 함께 부르는 노래가 거의 사라져버린 듯하다. 그런 술자리에 앉아 있으면 어쩐지 믿었던 애인에게 배반당한 것만 같아 술이 머리로만 파고든다. 가슴은 싸늘하게 가라앉고 골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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