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 자본주의시스템의 도덕성 문제를 중심으로 -
I. 자유주의 연구의 한 방법
자유주의자가 되기는 무척 어렵다. 자유주의는 한번 입력해 두면 곳곳에 똑같은 방식으로 써먹을 수 있는 여느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까닭이다. 여러 현상에 대한 중앙집권식 해석방법을 자유주의는 갖지 못했으며, 이는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가 신화(神話)창조능력을 결핍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해서, 필자의 생각엔, 자유주의란 이데올로기가 아닌 차라리 하나의 문맥(context)이다. 무언가에 대해 얘기하려 할 때마다, 일관된 사람이 되려 한다면, 다른 이념의 이데올로기들은 했던 말을 하면 된다. 허나 자유주의자는 지난 시간과 앞으로 올 시간, 그리고 주어진 환경과 여러 변수들의 조건에 대해 깊은 사고와 노력을 매번 다르게 요구받는다. 이런 말에 대해 물론, 얼마나 고민하느냐 하는 것 따위는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개개인의 차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대답은 역사적 컨텍스트로서 <자유주의적 사고방법>을 이루는 주요 축들 중의 하나인 진화론에 있다. 연속적 시간의 앞뒤와 수많은 개별자들의 선택에 따라 나오는 결과들이 '의도되고/되지 않고의 차원'을 넘는다는 건 이미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특히 자유주의라 불리는 이념에는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발을 내딛는 곳에 비약하는 순간지점이 있어 보인다. 그런 지점의 한 면을 일컬어 인과관계의 비선형성(非線型性)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개인의 동기와 시스템의 결과간에 선형(線型)적 인과관계를 갖지 못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주의라 불리는 그 시스템이 자유로운 개인에 기초한다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납득키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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