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이 땅에서 물러간 후 우리 민족의 염원은 일제의 잔재와 친일 민족반역의 무리를 청산하고 통일된 자주 독립국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미 군정과 그를 등에 업은 이승만은 일제에 빌붙었던 친일 민족반역의 무리들을 불러들여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나섬으로써, 허물어진 민족자존과 정기를 되살려 새 나라를 건설하려는 민족의 염원을 한낱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미 군정 3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친일파 처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헌국회에서 발의, 설치한 반민족 행위자 처벌법'과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폐기, 해산시킴으로써 민족정기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무산시켜 버렸다. 그리하여 35년간 일제에 빌붙어 동족의 고혈을 빨아오던 친일 민족반역의 무리들이 처단되기는커녕 오히려 다시금 이 나라의 지배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니 이렇게 기막힌 역사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단 말인가. 2차대전 후 프랑스는 짧은 나치 점령 하에서의 부역자를 2천명이 넘게 사형시키고 4만명 가량을 징역형에 처했으며 다른 유럽국가들도 수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투옥해 다시는 그런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했다. 심지어는 일본에서조차 20만명이 넘게 공직에서 추방해 일본 사회가 민주적인 길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후의 협잡과 부정부패, 백골단, 땃벌떼를 동원한 발췌개헌, 종신독재를 위한 개헌기도, 사사오입 개헌과 같은 헌정유린 등 이승만이 이 나라에 끼친 해악은 실로 엄청나다. 이로 인해 우리의 왜곡된 역사는 더욱 뒤틀려 급기야는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본군 장교가 대통령에 오르고 친일무리의 돈과 권력은 세습돼 그 자손들이 3부의 우두머리를 비롯해 대학총장, 장관, 경찰과 군의 수뇌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상층부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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